난노안게 첫 화면

게으른 1인 회사가 AI 직원 9명을 뽑은 이유

난노안게는 '난 노력도 안 하고 게을러'의 줄임말이에요. 이름은 이렇지만 하고 싶은 일은 많아요. 첫 작품인 사주볼고양을 알려야 하고, 인스타그램과 쓰레드에 글을 올려야 하고, 계절마다 이벤트도 챙겨야 해요.

문제는 일하는 사람이 저 하나라는 거예요. 그래서 직원을 뽑기로 했어요. 사람 대신 AI 직원으로요.

한 명이 아니라 여럿인 이유

처음에는 AI 하나에게 다 시키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런데 한 AI가 글도 쓰고, 그림 주문도 하고, 그 결과를 스스로 검사까지 하면 역할이 뒤섞여요. 자기가 쓴 글을 자기가 검사하면 아무래도 너그러워지기 마련이고요.

그래서 사람 회사처럼 자리를 나눴어요. 직원마다 이름, 직책, 성격, 맡은 일, 하면 안 되는 일을 적은 설명서를 한 장씩 만들었어요. 글 쓰는 직원과 검사하는 직원이 다르고, 아이디어를 내는 직원과 말투를 지키는 직원이 달라요.

지금 일하는 직원 7명

나총괄 (비서실장)

제가 일을 맡기면 가장 먼저 받는 직원이에요. 어떤 종류의 일인지 정하고, 누구에게 맡길지 고르고, 계획을 세워요. 다 끝난 결과를 검사하고 보고하는 것도 나총괄의 일이에요.

성격은 냉정한 진행자예요. 결론부터 말하고 늘 "그래서 누가, 언제까지?"로 끝내요. 회의가 끝나면 제가 30초 안에 읽고 결정할 수 있게 짧은 보고서를 써요.

기획이 (기획자)

아이디어와 시즌 이벤트를 맡아요. 달력을 늘 보고 있다가 빼빼로데이, 크리스마스, 신년 운세 같은 시기를 2~6주 앞서 챙겨요. 아이디어를 던지고 끝내지 않고 "누가, 언제, 비용 0원으로 가능한가"를 한 줄 붙이는 게 규칙이에요.

브랜디 (브랜드 매니저)

난노안게다운지, 아닌지를 지키는 직원이에요. 다른 직원이 쓴 글이 우리 말투와 다르면 어디를 어떻게 고칠지 짚어요. 그림이 필요할 때는 그림 담당에게 보낼 '그림 주문서'도 써요. 회의에서 하는 말은 이런 식이에요.

파스텔 좋은데 배경 비워요. 표정이 주인공.

소셜리 (SNS 매니저)

인스타그램, 쓰레드, 네이버 블로그 글을 써요. 감보다 반응을 보는 직원이라 "이건 저장각", "이건 댓글각"으로 판단해요. 첫 줄에서 안 멈추면 없는 글이라고 믿고 첫 줄에 가장 공을 들여요.

냥매니저 (작품 매니저)

사주볼고양을 가장 잘 아는 직원이에요. 홍보할 만한 기능과 캐릭터, 계절 콘텐츠를 찾아요. 냥매니저의 제일 중요한 습관은 "확인한 것"과 "추측"을 나눠 말하는 거예요. 없는 기능을 홍보하려고 하면 바로 멈춰 세워요. 사주볼고양의 코드는 읽기만 하고 고치지 않아요.

그리미 (디자이너)

그림을 그리는 직원이에요. 다른 직원들과 달리 그림을 잘 그리는 다른 회사의 AI를 써요. 말수 적은 장인 같은 성격이라 브랜디가 쓴 주문서와 참고 그림을 끝까지 읽고, 캐릭터의 색과 무늬를 그대로 지켜요. 한 달에 그릴 수 있는 장수에 상한을 두었어요.

기록이 (기록 관리자)

회의에는 나오지 않아요. 일이 끝나면 뒤에서 조용히 한 장짜리 기록을 남겨요. 어떻게 해서 잘됐는지, 무엇 때문에 되돌려졌는지를 적어 두면 다음에 같은 종류의 일을 할 때 그 기록이 먼저 담당 직원에게 전달돼요. 같은 실수를 두 번 하지 않게 하는 직원이에요.

쉬고 있는 직원 2명

직원 설명서는 9장인데 지금 일하는 직원은 7명이에요.

두 직원 모두 설명서는 지우지 않고 남겨 뒀어요. 다시 필요해지면 '켜짐'만 바꾸면 돼요.

직원을 뽑으며 정한 것들

직원이 늘어도 돈이 늘지 않아요

AI 직원은 출근해서 하루 종일 앉아 있지 않아요. 일이 있을 때만 불려 와서 일하고 사라져요. 그래서 직원 수가 9명이어도, 실제로 쓰는 양은 맡긴 일의 양만큼만 늘어요. 직원 수를 줄여야 하나 검토했는데, 이걸 알고 나서 자리는 넉넉하게 만들어 두기로 했어요.

자리에 따라 다른 AI를 써요

깊이 생각해야 하는 자리(나총괄, 기획이, 브랜디)에는 생각을 깊게 하는 AI를 쓰고, 글을 많이 쓰는 자리(소셜리, 냥매니저)에는 빠른 AI를 쓰고, 기록처럼 정해진 형식을 채우는 일(기록이)에는 가장 가벼운 AI를 써요. 같은 회사에서도 자리마다 필요한 능력이 다르니까요.

한꺼번에 뽑지 않았어요

처음부터 9명을 다 일하게 하지 않았어요. 일을 받아 나누는 나총괄부터 시작하고, 일이 제대로 흐르는 걸 본 다음 나머지 직원을 차례로 불렀어요. 그림 담당 그리미는 그림 그리기 시험을 통과한 뒤에 합류했어요.

한 번 조직을 바꿨어요

10월 28일에 회사의 중심 일을 다시 정했어요. 사이트를 만드는 일보다 SNS, 기획, 아이디어, 시즌 이벤트가 더 중요하다고 봤어요. 그래서 기획이를 새로 뽑고, 블로기와 웹지기를 쉬게 했어요. 직원 설명서를 고치는 것만으로 조직 개편이 끝나는 게 AI 회사의 편한 점이에요.

마지막 결정은 사람이 해요

AI 직원이 아무리 일을 잘해도 정해 둔 선이 있어요. 인스타그램과 쓰레드에 실제로 올리는 일, 돈이 드는 일, 사주볼고양의 코드를 고치는 일은 꼭 제 승인을 거쳐요. 그리고 직원이 검사를 통과했다고 해서 바로 '성공'이 되지 않아요. 결과를 보고 성공인지 아닌지는 제가 정해요.

그래서 덜 게을러졌냐고요?

아니요, 여전히 게을러요. 다만 게으른 사람이 할 일 목록을 줄이는 방법을 하나 찾았어요. 일을 직접 하는 대신 일을 잘 나눠 맡기는 거예요.

다음 글에서는 AI 직원이 "다 했어요"라고 할 때 그냥 믿으면 안 되는 이유를 적어 볼게요. 처음에 그렇게 했다가 곤란한 적이 있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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